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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좌선법 자세의 本末...!! (숨쉬는 이야기 中)



Figure: 국선도 앉아서 수련하는 자세

 

옛날 우리 조상들은 대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수련을 일상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과학이다, 합리성이다, 현대성이다, 지식이다 등의 미명 아래 자연과 멀어졌다.

 

그러한 역사 속에 수련의 풍토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종교와 武道에서 부분적이거나 미미하게 수련의 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정확한 수련 방법이 아닌 실체없는 관념으로만 남은 게 대부분이다. 그런 실정이라 수련을 하는 당사자조차도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단전호흡은 무도에서는 힘을 더하고 마음을 닦는 방법으로 중시하고, 종교에서는 기도의 방법으로 일부 활용하고 있으며, 그 밖으로는 명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각각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호흡을 하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여기서는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좌선법 동작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좌선법 자세의 요체는 가부좌 또는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등은 펴고 시선은 코끝을 향하게 한다. 눈은 반개하고, 항문은 조이고, 혀는 입천장에 붙게한다. 이 자세는 수행법의 맥점을 짚고 있다고 보여진다. 원래는 정신통일이 되면 이런 현상이 결과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첫째, 앉는 자세는 골반과 척추를 펴되 상체의 힘을 빼고 살짝 앞으로 기울인 듯 앉는다. 그러면 장신간 앉아 있어도 허리에 힘이 가지 않고 통증이 오지 않는다. 가슴과 배꼽 위에도 자연히 힘이 오지 않아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게 가라앉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척추를 억지로 곧추 세우고 앉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에서는 상체와 허리에 힘이 가게 되어 통증이 온다. 허리에 힘이 오면 반드시 배꼽 위와 오목가슴에 힘이 오게 되며 심하면 가슴까지 힘이 가서 답답증이 생긴다. 그러면 마음은 힘이 오는 부위에 걸려 실질적으로 가라앉을 수 없다. 이 때 잡념이 들거나 마음이 해이해지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반드시 허리가 휘어진다.

 

둘째, 시선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코끝을 본다. 따라서 턱이 당겨지고 머리의 뒤꼭지와 목의 부리인 경추 사이가 쭉 펴진다. 이 때 척추에서 머리로 기혈 순환이 활발하게 되어 머리가 맑아진다. 주의할 점은 똑바로 앉은 채로 코끝을 보면 목에 힘이 가서 아프거나 심하면 편도선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몸에서 30~45도 정도로 앞을 보게 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세에서는 내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잡념이 들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면 턱과 목 사이가 벌어진다. 이 자세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일반인은 우주 대자연에 대해,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대상에 대해 지극한 경외심으로 가득할 때 우러나오는 것이다. 각기 향하는 마음이 깊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져서 다소곳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때 옆에서 보면 마치 눈이 코를 보고 코가 배꼽을 보는듯하더라는 의미이다.

 

셋째, 눈을 반개하면 안된다. 특히 초보자들은 눈을 뜨면 주위의 사물에 정신을 빼앗기기 쉽고, 나아가 고도의 집중을 하기 어렵다. 단지 수련 중에 잡념이 들거나 졸음이 오면 잠시 눈을 뜨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면 된다. 바른 자세는 눈을 감고 몸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호흡을 놓치지 않고 한 호흡, 한 호흡을 정성스럽게 하다 보면 몸 속이 밝아져서 몸 안의 상태와 변화를 점차 훤히 보듯이 느껴진다. 반개를 하는 것은 內明해지고 자기 중심이 형성되면서 취하는 자세이다. 마음이 트일 때 몸 안과 밖의 밝음에 차별이 없어진다. 이 때는 자연히 마음이 담담해지고 눈을 떠도 산만해지지 않아 주위 분위기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즉 主客一致, 物我一體가 되어 가는 것이다. 수련이 더 진행될수록 두 눈을 반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떠도 주위에 의식을 빼앗기지 않게 된다.

 

넷째, 항문을 조이고 앉아야 한다. 항문의 조임과 정신 통일의 정도는 비례하므로 정신 통일이 잘 될수록 항문은 꼭 닫히게 되어 있다. 보통사람이나 수련 초보자는 항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집중하여 수련해서 어느 정도 축기하는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엉덩이 근육이 약하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은 항문에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나 갈라진 느낌 또는 물렁물렁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열린 정도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본인이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때 엉덩이를 오물거려 항문이 닫히도록 하면 되다.

 

마지막으로 혀가 입천장에 붙는 것은 정신 통일이 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떤 수련이든 정신통일이 되면 단전에 열기가 나고 입에는 단침이 가득 고인다. 이 때 혀는 입천장에 빨판처럼 쫘악 들러붙는다. 수련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혀는 입천장에 붙어서 아주 굳어 버린 듯이 느껴진다. 이것은 수련 중에는 전혀 의식할 수 없고 수련을 마칠 때에 비로소 알게된다. 수련을 마친 뒤 혀를 떼어 내려고 하면 잘 떨어지지 않아서 혀뿌리를 서너 번 오물거려야 떨어진다. 그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혀가 다시 부드러워진다. 이런 현상 역시 경험하기가 쉽지는 않다. 초보자들은 단침만 나올 뿐 혀가 입천장에 세게 붙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혀끝을 가볍게 붙이는 것은 정신이 흩어지는 것을 위한 방편이지 본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신통일 되었다는 결과적인 현상의 맥점을 말해보았다.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데 얽매이면 이 또한 잡념이 되어 고도의 정신 통일을 이루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요즈음 정신 수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앉아서 수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 자세인데, 여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경주 석굴암 불상이 이와 같은 자세인데 일부러 꾸며 만든 것이 아니라, 정신 통일이 되면 자연히 그런 자세가 된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출처: 숨쉬는 이야기 (임경택 교수 著, pp219~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