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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국선도 질문과 답

단순한 삶


요즘 많이 힘듭니다.  미국에 와서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단순한 삶"에 대한 소망과 실천을 완전히 져 버린 것 같아 삶에 있어 근본적인 회의감이 듭니다.  한국에서완 비교가 안 되게 밀려드는 클래스 스케줄과 클럽 미팅, 그걸 간신히 해 내기는 하지만 삶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삶의 여유와 재미는 커녕 일의 홍수 속에 빠져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 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법륜 스님의 말씀이 떠 오릅니다.  이 것도 또 하나의 욕심이라는 것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에 맞는 일을 감당해내는 것이 당연한데 저는 감당하지 않고 결과물만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방향에 대해 더욱 의심이 갑니다.  지금 계획대로 경제와 금융을 공부해 금융계에 취직한다면 더욱 바쁜 일정이 저를 기다리겠지요.  더 큰 연봉과 보너스가 있겠지만 그걸 대가로 저는 시간 가난뱅이가 되어 있을 거구요.

부와 명예... 좋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금 저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만큼 중요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약간 망설이겠지만 "노"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 다 체험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소박하지만 마음 편한 삶이 더 의미가 있을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의구심들고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는 다른 이 곳에서의 삶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합니다.  부끄럽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결정과 확신을 저버려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너무 늦어지면 어떨까 하는 겁이 나요.  더 이상 저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제가 변하면 제가 배워온 가르침도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Lifelong Learning (평생학습) 이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인재개발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자, 최근 경제/경영학계 쪽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개념입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잘 먹고 잘 사는 것 만큼이나 무엇을 배워 깨달아 가는가도 중요한 것은 잘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사람나이 마흔 이전에는 젊은 청년이라 세상의 모든 것을 머리 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때가 아닐런지요? 
나중에 나이 들어 지금과 같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다시 해보려고 하면 할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지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평생의 큰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있는 선가의 말 중에 "세상의 선, 악, 시, 비, 곡, 직 은 모두 내 자식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순한 삶을 원하신다면, 마음과 생각이 단순한 것이지 몸이 번잡한 것은 하나도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 마음과 생각이 복잡다난한 것은 내 인생의 흐름에 거스르려고 하기 때문에 헛심이 들기 때문일겁니다. 
명확한 인생의 상과 목표를 잡고 그곳만이 내가 갈 곳이다라고 생각하기 보단, 
내 인생과 하늘의 흐름에 "노 젓는 것을 내려 놓고, 흘러가보시면 어떨까요?" 

정처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내 목표를 인생의 흐름과 하늘의 부여한 정명에 조금은 가깝도록 슬쩍 슬쩍 배 뒤의 키 방향만 잡아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살아온 날도 그리 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살아보니 내 맘대로 뭐 제대로 되는 건 없고 그때 그때 흐름이 있어 거스르려다보면 헛심만 쓰고, 제대로 된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향은 제대로 잡고자 했기에 조금은 제가 원하는 상으로 가까와 진 것이지요. 

아직 젊은 나이에 아주 중요한 배움을 하고 계시는 님께 제가 해드릴 말은 
"내 인생의 뱃사공이 되어, 인생과 하늘의 흐름을 거스리지말고 대신 키를 잡고 그 흐름에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맡기고 방향만 잡아놓고 흘러가보시라" 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상선약수 입니다. :) 


미국에 유학 중인 어느 분께서, 법륜 스님께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공부에 재능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가 편히 살편서 마음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스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에 법륜 스님 답이 재미있었습니다. 

"공부는 마치셔야죠. 그리고, 공부 하면서 논문 쓴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줄은 알겠지만, 맘 편히 일단 마구 쓰세요. 자기 알고있는 것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먼저 쭉 쓰세요. 그리고, 나중에 또 돌아보면 다른 생각을 덧 붙이고, 미련한 생각을 빼고 이러면서 그냥 툭툭 앞으로 나가세요. 

이런 저런 마음에 잡스런 생각만 많아서 그 고민 끌어안고 있어봐야 아무 도움이 안되시죠? 그럴땐 그냥 일단 쭉쭉 나가세요. 지금 공부하던 것 멈추고 마음공부하겠다고 돌아온들 마음이 잡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하던거 맘 편히 하고 일단 마치도록 하세요.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공부가 자기 길이 아니라고 해서 정토회와서 수련하던 청년이 있는데,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쩡쩡한 상태가 되고 말았는데, 그럴 필요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마음공부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각자 삶에서 배워나가는게 먼저여야 합니다.
삶을 통해 마음 공부하는게 참 공부지, 가만히 틀어밖어 명상한다고 공부되는게 아닙니다.

어렵게 유학오신 여러분들은 일단 맘 편하게 먹고, 공부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를 튼튼히 잡고 그 후에 여유를 만들어 마음 공부도 하고 하시면 됩니다. 유학온 사람은 유학온 바를 마치는게 중요합니다." 

대충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삶은 살아 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 같습니다.  
힘들여 살기보단, 힘 내 살면 되겠지요. 

최정환, 국선도 사범
UIUC, 인재개발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