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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연합인터뷰> 삼풍사고때 `生氣'로 인명구한 임경택 법사


[사진]10년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잔해더미 속의 '생기(生氣)'를 구조본부에 신고,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일조해 화제가 됐던 단전호흡 전문가 임경택(53.목포대 교수)씨./하사헌/사회/ 2005.6.27 (서울=연합뉴스) toadboy@yna.co.kr

<연합인터뷰> 삼풍사고때 `生氣'로 인명구한 임경택씨

평창동서 호흡수련중 붕괴현장서 `기' 느껴..매몰 3명 구조
"최명석씨 기가 유난히 강했다..구조대도 나중에 깜짝 놀라"
"생존자 안부 궁금"..수련원.대학서 단전호흡 지도자 양성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29일로 1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부실공사였던 삼풍백화점 붕괴로 사망자만 4백60여명, 실종자도 70여명을 이르는 등 이 사고는 한국의 `건축 위상'을 한없이 떨어트린 참사로 기록됐었다.

사고 당시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구출하는 구조작업 이 진행되던 중 단전호흡 전문가였던 임경택(53.목포대 교수)씨는 붕괴현장 잔해더미 속의 '생기(生氣)'를 구조본부에 신고,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일조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에서 명상 중 한강 건너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붕괴현장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기운을 느꼈다는 그의 말은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구조본부는 임 교수의 끈질긴 설득으로 그가 지목한 붕괴현장의 밑을 파들어간 결과, 사고 발생 11일만에 잔해 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최명석(당시 건축설비과 학생으로 20세)군을 구할 수 있었다.

임 교수는 그 때 그 사건 이후 한동안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단전호흡을 통한 몸과 마음의 수련법인 국선도의 법사로서 요즘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임 교수를 만나 당시 상황과 심신수련법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대학생 시절인 1973년 심신 수련을 위해 국선도에 입문했으며, 이후 정치학 박사를 받아 1985년부터 목포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생기를 느끼게 된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1995년 7월8일 아침에 한 신문사 문화센터에서 단전호흡 수련 지도를 마치고 평창동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제 호흡수련을 시작했었습니다. 수련 시작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속보를 신문.방송을 통해 보긴 봤지만 그리 신경을 쓰고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날 따라 호흡이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갑자기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같은 데서 생기 덩어리 같은 한 줄기 기운이 뻗쳐 나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수련을 할 때 환시와 환청, 예언 등을 경험하는 수가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정도(正道)가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무시합니다. 그러나 그날은 수련 때 보인 세 구의 나란히 놓여 있는 몸체 중 가운데에 끼어있는 청년의 생기가 유난히 어른거려 살아있는 생명을 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구조본부에서 그 말을 믿으려 하던가요?
▲제가 대학교수이며 국선도 단전호흡 수련을 20년 넘게 했다고 소개하면서 잔해더미 속에서 뻗쳐나오는 생기에 대해 얘기하니까 구조본부는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설득 끝에 한 번 시도해 보자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가 제가 지목한 공간 근처에서 생존자 한 사람이 발견된 것이지요.

--그 멀리서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단전호흡 수련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수련과는 별도로 쌓은 어떤 다른 능력에서 나온 것입니까?
▲제가 한 것이 단전호흡 수련뿐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일부러 그런 방면으로 특별히 훈련을 한 것은 아닙니다.

--교수님이 쓰신 책 '숨쉬는 이야기'에 보면 처음부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기 수련을 한다 하더라고 어떤 사안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거기서 뭔가 느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생기를 느끼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끈이 있어서 된 것입니다. 그날 신문을 봤더라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수련 중 잠재의식 속에 그 사고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기를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전호흡 수련을 오래 하면 누구나 그런 비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수련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것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다만 건강 차원에서 그냥 수련을 하는 사람과 하루 24시간 수도하는 자세로 하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분명한 것은 단전호흡을 무슨 무공이나 비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하는 수련행위지요. 국선도 단전호흡 수련의 특징은 스트레칭과 명상과 호흡을 조화롭게 통일시켜 놓았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칭 중에 마음도 가라앉히고 호흡도 동시에 하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단전호흡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요즘은 여성 수련자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다른 운동 같은 것도 마찬가지지만 단전호흡 수련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매우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분노 등으로 인해 생기는 화기(火氣)를 단전호흡을 통해 배꼽 아래로 끌어내림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거지요. 요즘에는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연히 그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서 심리적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련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 광화문 수련원을 찾는 사람 중 거의 절반이 여자입니다.

--교수님의 기감(氣感)에 의해 구조된 최군 등 3명을 그 때 이래 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이 그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사실 한 번도 못 봤어요. 또 제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봐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고 해서 그런 상태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한 번 만나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요즘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다음 세대를 위한 단전호흡 수련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지도자들을 양성해 과학기술연구소 쪽에 우선적으로 파견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국력의 신장과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이나 카이스트 같은 곳에는 이미 사범을 파견해 그쪽 사람들의 단전호흡 수련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 같은 유능한 분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 박사도 오랜 기간 국선도 단전호흡 수련을 하신 분이죠. 현재 광화문 수련원과 전북 부안의 국선도사범대학에서 단전호흡 수련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kangfam@yna.co.kr